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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북한산 족두리봉 본문
마음이 고요 하지 못하면 헛발을 딛 거나 길을 잃는다.
북한산 족두리봉 자주가던 곳이다. 탕춘대 성곽길을 달리듯 걸었다.
향로봉으로 갔다가 족두리봉아래서 북한산의 넘치는 바위 숲을
감상하며 혼자만의 호사를 누릴 생각이었다.
10시가 넘어 늦게 나섰으니 ㅡ그 어느 때보다 걸음이 빨랐다.
땀이 범벅이 되었다. 고개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족두리봉이 멀어지고 있다.
길을 거꾸로 그것도 빨리걸었으니 많이도 갔다.
잠시 혼잣말을 했다.
왜 자꾸 이러는 것인가. 지난 주엔 관악산에서 그랬다.
물론 그때는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길이 끊겨 그런 것이긴
해도 비슷한 일이다. 술 자리에서 빨리 일어서지 못해
과음을 하고 몸이 아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까닭도 있을 것이다. 술 어쩌면 내겐숙제다.
회사 동료의 긴 암투병으로 혼자 회사일을 맡아온 시간의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없지만 정신에 찾아든 갱년기 같은 우울이
까닭일 수도 있다.
주역 乾卦의
九三에서 君子 終日 乾乾하여 夕
惕若하면 厲하나 無咎니라.
九三에 “君子가 종일토록 부지런히 힘써서 저녁까지도 두려워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으리라.”
를 떠올려봤다.
自强不息
天道인(쉬지않는 정성스러움) 誠의 움직임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마음의 가닥을 잡고 살면 위험하지만
허물은 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치를 따라 순리대로 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죽는다.
거창한 그 무엇도 아닌 내 자신의 천도가 무너지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