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을까?
목요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언제부턴가 아내는 내게 이일은 전담시켰다.
어제 친구들과 한잔하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
소위 지상주차를 했다. 큰 박스에 분리된
여러가지 것을 담아서 재활용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내 차는 그 옆 주차라인에 정확하게
서있었다. 재활용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고
차의 앞유리를 보는 순간 어 눈이네.
눈이 오긴 왔나보다. 아주 조금 와이퍼에 걸려서
밤새 눈이 날렸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출근길에 눈은 전혀 보이지 않고 늘어진 길에
은행나무들이 밤새 온전히 옷을 벗어 버렸다.
길은 노란 잎으로 두텁게 이불을 덮고 있다.
걷는 사람들의 움추린 모습과 달리 낭만흐르는
발걸음과 속삭임이 정다워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무겁게 가라앉은 날이
눈을 쏟아 낼것 같더니 결국 커다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제법 눈이 내리나 보다.
잠시 밖으로 나왔더니 중년의 여인들의
환호하는 눈빛과 목소리가 요란하다.
눈을 맞으며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서
일을보고 돌아오는데 비 처럼 머리에 앉아
촉촉히 젖는다. 발 딪는 곳마다 철썩이며
튀기고 그러더니 빗물같이 옷을 적신다.
우산을 쓰는 사람, 뛰는 사람, 빈지 눈인지
서울의 첫눈은 이렇게 인사를 했다.
구름 사이에 한점 석양이 풀린 날을
말하듯 그리 춥지는 않다.
" 본질이 물이었으니 차라리 물이던지
아니면 눈으로 아름답게 남던지
순간의 눈 속임으로 날리다가
본질로 돌아가버리는 허망한 것이여~~"
(空卽是色: 만물의 본성인 공이 연속적인 인연에 의하여 임시로 다양한 만물로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