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세월이 가면(2013년한해동안 블로그 이름으로 있던 내 마음의 앙금을 정리하며)
運善최명길
2013. 12. 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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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이 가면
그래
그렇게 너를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거라 믿었었지
그런대 말야
세월은 가는 게 아니었어
내가 보내주지 못했거던
보내주지 않는데 어떻게 가니
잊을 수가 없는데
그럴 수가 없는데
제 맘대로 갈 수 있겠어
#2
세월이 갔어
물리적인 세월이 간거지
허연 머리카락이 송송나고
팽팽하던 얼굴은
잔 주름이 장난 아니게 많아졌어
희미해진 눈은 어떻고
작은 글씨 볼때 돋보기 없으면
아예 보이지도 않아
이렇게 세월이 가는거야
당연한 것이지
이상할 것 없는 거야
#3
그런데 뭐야
물리적인 시간이 반백년을 넘어가도
끄덕없는 심중의 무거움을 뽑지 못했어
일종의 강박일꺼야
못된 놈의 생각 덩어리
한때는 자존감이라고 치부해버렸어
그래야 좀 견딜만 했으니까
이젠 힘들어 죽겠다
심중에 박힌 기둥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어
몸부림쳐봐도 소용없는 일이 더라고
아니 벗어나기 싫어 진거야
심중의 기둥에 묶인 것이
편하게 되었다는 말이지
#4
어떻게 해야
강박의 못된 생각 덩어리를
집어 던질 수 있을까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세월은 가는 게 아니었지
내가 보내주지 않았던 거야
보내주지 않는데 어떻게 가니
잊을 수가 없는데
그럴 수가 없는데
제 맘대로 갈 수 있겠어
이제 보낼 때도 되지 않았어
물리적인 세월이 반백을 넘었거던
이제 보내자
떠나 보내자
자존 덩어리 강박덩어리
심중에 무겁게 박힌 태생의 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