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산(383고지)
6.13지방선거일 사전투표를 한터라 가볍게 등산베낭에 카메라와 해먹을 넣고 호압사로 향했다.
호압사 잣나무숲길을 따라 걷다가 불영암을 지나서 그늘에 해먹을 걸어 놓고 책이나 읽을 생각으로 나섰다.
호압사를 등지고 앞쪽으로 보면 나무사이로 데크가 잘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인공폭포까지 약 1킬로미터가량 쭈욱 나무 사이를 걸을 수 있다.
잣나무 숲을 지나고
기분좋은 나무 향을 맡으며 바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걷다보면 편안한 느낌이 찾아든다.
우측아랫쪽으로 잣나무 숲인데 나무사이에 쉴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되어있다.
뜨거운 햇살에 진한 향기를 풍겻을 아카시아나무들을 지나고
봄 한때 화려하게 무리지어 피었을 벚꽃나무도 지나고
그렇게 조금 걷다보면 저 앞에 인공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물을 내리지 못하는 인공폭포는 볼품이 없어 사진도 패스하고 옆쪽 솔숲만 한 컷하고
불영암으로 오른다.
지난 석가탄신일때의 연등인지 아직도 많이 걸려있다. 작은 암자지만 한번 휘 둘러 본다.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이는 것이요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 사라지는 것이라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사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은 것이다.
獨一物常獨露(독일물상독로)
한 물건이 항상 홀로 드러나
湛然不隨於生死(담연불수어생사)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
불영암 주련내용인데 이것은 나옹선사의 누님이 동생에게 써 준
시라고 알려져 있다. 주련 앞쪽에 아래의 내용이 합해져야 전체의 시가 된다.
空手來空手去是人生(공수래공수거시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여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날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갈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
불영암을 지나 적당히 쉴 만한 곳을 찾아 해먹을 걸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까뮈의 이방인을 펼쳐 몇페이지 읽자마자
친구녀석이 전화를 한다.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뭐 ㅎㅎ 그래서 부지런히 호암산칼바위능선까지 갔다
호암산칼바위아래로 걸으려다
전망대쪽으로 능선길을 따라
요상한 바위도 보고
바위가 있으면 일단 올라서 전망을 한 번 살피고
조금전 지나온 전망대를 조금 떨어져 보기도 하고
시끄럽게 지나가는 비행기에 셔트를 들이대고
저 아래 호압사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이 빠르기도 하다.
호압사 경내를 지나 주차한 곳까지 가볍게 호암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