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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고전

매미의 일생

運善최명길 2022. 8. 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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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창가에서-
매미의 일생
여름이나 가을 한철을 처절하게 우는 매미는 숫 매미다.  암 매미는 울지 못한다고 한다.
알 상태로 나무껍질에서 1년을 살다 애벌레가 되면 나무뿌리로 내려가 수액을 먹으며

천적이 없을 때를 맞춰 5년에서7년을 땅속에 살다 다시 나무위로 나와 탈피를 하고 날개를 두 시간이상 말리고
난 후(羽化)비로소 우리가 보는 매미의 모습을 갖추고는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를 살다 생을 마친다.
매미도 말벌이나 사마귀,거미등 천적을 피해 세상에 오려고 땅속에서 기회를 엿보다 나오느라
나오는 주기가 다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 도저히 천적을 피할 수 없으면 때로 무리지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종족유지 본능이 얼마나 절실한 지 곤충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옛 사람들은 매미의 일생을 통해
오덕(文,淸,廉,儉,信)을 얘기했는가 하면  


 중국 서진(西晉)의 시인 육운(陸雲, 262~303)은 늦가을의 매미를 주제로 한선부(寒禪賦)라는 시를 지었다. 그는 서문에서 매미를 '지극한 덕을 갖춘 곤충(至德之蟲)'이라고 표현하면서 매미에게는 군자가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이 있다고 했다. 
 頭上有緌則其文也
(두상유유즉기문야)
첫째, 문덕(文德)이 있다고 했다. 평상시엔 감추고 있는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은 길게 늘어진 선비의 갓끈과 같아서 학문(學文)에 뜻을 둔 선비와 같다. 또한 매미의 반복적인 울음소리는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로 들린다. 
 含氣飮露則其淸也
(함기음로즉기청야)
둘째, 청덕(淸德)이 있다. 매미는 오로지 맑은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사니 청렴(淸廉)하다. 
 黍稷不享則其廉也.
(서직불향즉기렴야)
셋째, 염덕(廉德)이 있다. 농민이 애써 일군 곡식을 탐하지 않으니 염치(廉恥)가 있다. 
 處不巢居則其儉也
(처불소거즉기검야)
넷째, 검덕(儉德)이 있다. 매미는 다른 벌레들과는 달리 집조차 짓지 않고 그냥 나무에서 생활하니 욕심이 없고 검소(儉素)하다. 
應候守節則其信也
(응후수절즉기신야)
마지막으로 매미에게는 신덕(信德)이 있다고 했다. 매미는 철에 맞추어 허물을 벗고 때에 맞춰 열심히 울며 물러날 때를 알고 지키니 신의(信義)가 있다. 그래서 매미는 '지료(知了떠날때를 안다.)'라는 또다른 별명도 가지고 있다.
-蟬蟲五德-
 
한편 여름이나 가을 한철 살다가는
매미를 통해 사계절을 다 보지도
못하면서 단지 두 계절 정도 보는
좁은 시야의 세상 물정 모르는
고루과문한 사람을 질타하는데
비유하기도 했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1편에 있는 말이다.
小知 不及大知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小年 不及大年
짧은 수명은 긴 수명에 미치지 못한다.
奚以知其然也
무엇으로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朝菌 不知晦朔 (조균부지무삭)
아침에 나서 저녁에 죽고 마는 버섯(朝菌)은 한 달이 얼마나 긴지를 모르고,
蟪蛄 不知春秋 (혜고부지춘추)
여름에 나서 가을에 죽는 매미는 일 년이 얼마나 되는지를 모른다.
此小年也
이것이 짧은 수명의 例이다. 
 
어떻든 매미는 나름의 일생을 치열하게 살아내서 오늘도
아침 아파트 방충망에 찰싹 붙어서
힘차게 울며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대를 이을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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