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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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전화.

運善최명길 2007. 1.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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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선 목소리

너 명길이 맞냐

누구세요

형이다

그랬다.

형이 맞았다.

그런데 목소리 마져 낮설다니

세월이 한스러울 만큼

우린 대화가 없었다.

먼 옛날 난 어린아이였고

형님이 대학생이었을때

그때 형님은 정말 좋은 형이었고

내겐 자랑스런 형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형은 내앞에서 사라졌고

세월이 한참 흐른뒤에

어른이 되고 나서야

형을 만났지만 낮설었다.

늘 말없이 세월을 보냈다.

그런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정한 음성으로 날 불렀다.

공직에 오랜세월 근무하다

정년퇴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다.

다정한 목소리로 날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니라

퇴직하고 난 다음의 어떤 삶에 대한

허망함이 배어 있는 것도 같았다.

물론 내 생각이겠지만

그렇지만 형은 내게 많은 좋은 말을

다정한 어조로 긴 시간 동안 얘기한다.

처음으로 형과 나누는 대화였는데

30분이 넘도록 전화 통화를 했으니

긴 세월을 뛰어 넘어 그간의 서먹함과

낮설음이 한번에 해소되는 듯하다.

형은 언제나 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다만 나 혼자 낮설어 하고

나혼자 형을 멀리했던 것도 알았다.

사촌형인데 친형이나 다름없이

어려서 대가족으로 한집에서 살았다.

어린시절 형이 준 따뜻했던 시간이

되살아나고 그동안 형에게 소원했던

나의 행동들이 미안하고 안쓰러워

가슴이 아파온다.

형 미안해

연락자주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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