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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페이지

신발.

運善최명길 2009. 4. 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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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우리집은 작은 기와집이다.

마당에서 마루로 오르려면 중간에

토방이 있는데 그곳에 신발을

벗어놓고 오르는 구조다.

마당 한켠에는 작두샘이 있고

반대편에 아랫채가 있다.

아래채와 마당의 토방은 낮고

안채와 마루사이의 토방은 높았다.

나는 학교에 다녀오거나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먼저

토방에 놓인 신발들을 보고

집에 누가 있는지를 알았다.

할아버지와 내가 함께

지내던 아랫채의 토방벽에

하얀 고무신이 세워져 있으면

할아버지께서 신발을 말려놓고

안에 계시는 것이고 신발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토방은 나에게

기쁨과 허탈함을 가져다 주는

곳이었다.  토방이 텅비면

집이 텅비어있다는 신호여서

허전함에 빈집이 무서웠고

신발이 있으면 누군가 있다는

편안함이 행복했다.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신발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고

늘 엄하시던 아버님의 신발은

긴장감을 유발시키곤 했다.

병실에서 하얀 아이들의

실내화를 신으셔야 하는

어머님의 발을보다 문뜩 어릴 적

신발이 생각나서 몇자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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