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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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고전

山寺夜吟(산사야음)

運善최명길 2007. 10. 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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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江 鄭澈(송강 정철 1536~1593)
蕭蕭落木聲(소소낙목성)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錯認爲疏雨(착인위소우)
성근 빗방울 소리로 착각하고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중 불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시냇가 나무 가지에 달만 걸렸다네

바람이 불어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는 빗소리로 착각하기 쉽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쓸쓸할 때는 보들레르의 시 ‘내 마음 속에 흐르는 비’ 처럼 그저 빗소리의 환청이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정철은 역시 고관대작답다. 처량한 감상에서 재빨리 빠져 나온다. 단잠에 떨어진 중을 깨운다. 비오는지 나가 보라는 것은 핑계이고, 잠 안 오는 밤 말상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옛 시 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 ‘사람 없는 깊은 산에 낙엽 지고 쓸쓸히 비 내린다.’에서 첫 구를 따왔다. 이 구절을 ‘빈 산에 낙엽소리 우수수’라고 번역해도 어색하지는 않으리라. 唐 시인 無可上人의 秋라는 시 한 구절을 소개한다. 聽雨寒更盡(청우한경진)/開門落葉深(개문낙엽심)/빗소리 들으며 찬 밤 새우고/문을 여니 수북한 낙엽.
*蕭蕭(소소):바람이나 빗소리가 쓸쓸함. 瀟瀟(소소):비바람이 심하게 침. *落木(낙목):원 뜻은 잎이 떨어진 나무, 裸木(나목)이나 여기서는 낙엽이 떨어짐을 나타냄.

秋夜雨中(추야우중)

                                    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857~?)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스산한 갈바람은 가슴 아픈 나의 노래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이 세상엔 내 마음 알아줄 이 없어라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밤 깊은 창 밖엔 찬비만 주룩주룩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잠은 안 오고, 마음은 멀고 먼 고향으로

늦가을 한밤중이다. 스산한 바람이 불며 찬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소년시절에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 땅 중국에 온 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오랑캐라고 멸시받던 일은 실력으로 이겨냈었다.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오늘처럼 비 오는 밤이면 더욱 외로워 마음은 만리 밖 고향으로 치닫는다.
*惟(유):오직, 생각하다. 여기서는 이(this), 저(that)의 뜻임. 秋風 이것은(惟) 苦吟 *知音(지음):가까운 친구, 직역하면 자기 소리를 잘 알아듣는 사람. 거문고의 명수 伯牙(백아)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鍾子期(종자기)라는 친구만이 그 소리를 잘 이해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知己(지기)와 같다. *少(소):적다, 많지 않다, 젊다, 여기서는 없다는 뜻임. 小는 작다, 크지 않다, 적다. *燈前(등전):흔히 ‘등불 앞에서’라고 직역한다. 많은 한시에서 잠 못 이룰 때 燈前이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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