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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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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에 닫는 내모습이 어지럽다.
보내는 문가에 동기의 얼굴이 스치며 달리고
아까 난 뭐 했는데 달빛 잠든 이 시간
동네 화단에 우뚝 선 나무를 부여잡을까
속이 텅 비고서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래 그랬었지
화장실 변기가 어쩌면 그리도 평화를 주지
붙들고 애원하며 마지막 고통을 깡그리 던져 버린다.
한마디 불평도 아픔도 없는 화장실 변기의 너그러움에
목까지 차오른 고통을 원 없이 토해 버린다.
집 앞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내 닿는다.
이유 없이 슬픈 이 몸 눕혀 위로 할 곳 제집 말고 또 있을까
술이 흔드는 혼돈의 사고를 함께 잠재우며
이 밤의 끝에 나를 맡기고 나서야
어제는 허물어지고 오늘이 시작된다.
밤을 지새 는 일은
뭐 이유 있을까 마는
술이 시간을 먹고
시간은 우리의 삶을 엮어가는 까닭에
후회는 없다.
때론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일도 있어야
기름지고 다양한 삶이 그려져
우리네 삶을 펼쳐 놓았을 때
볼거리가 훨씬 다양하지 않을까
묵자 허벌나게 디지게 환장허게
마시자 퍼 마시자 인생이 다 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