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은 날
가을에 읽으면 좋을만한 시 본문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시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었다.
남편의 긴 투병생활로 인해 지친 아내에게 죽기전 남편이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이란 시를 한번
읽어 보라며 손에 쥐어주고 세상을 떠났단다.
시간이 지난 뒤 아내는 이시를 읽다가 한참을 펑펑 울었단다.
남편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는 것이다.
남편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그래서 마종기 시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는 사연이다.
난 노래는 잘 못한다.
그렇지만 가끔 조용필의 노래는 부르기도 하고 좋아한다.
조용필이 부른 "바람이 전하는 말"이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이란
시란다. 양인자 작사로 되어 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노랫말로 바꾼듯하다.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조용필의 바람이 전하는 말 노랫말로 바뀐 시의 내용>
내영혼이 떠나간 뒤에 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
어느 순간 홀로인듯한 쓸쓸함이 찾아 올거야
바람이 불어오면 귀기울여봐 작은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갔느니
착한 당신 외로워도 바람소리라 생각하지마
너의시선 머무는곳에 꽃씨하나 심어놓으리
그꽃나무 자라나서 바람에 꽃잎날리면
쓸쓸한 너의 저녁 아름다울까 그 꽃잎이 지고나면
낙엽의 연기 타버린 그 재속에 숨어있는 불씨의 추억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거야
기왕 마종기 시인의 시를 접한 김에 이것저것 찾아 읽어보다
우화의 강이란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이 가을에 딱 어울리는 시같아서 옮겨 봤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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