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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89세 아버지

運善최명길 2021. 3. 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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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든든하게 곁에
계시고 그럴 줄 알았다.
어제 시골 집에 갔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
초상화가 눈에 들어온다.
안방에 계신 아버지는
몇 번을 부르며 들어서니
무심히 바라보시며
오지말라고 했는데 왔냐하신다.
89세 아버지
TV소리는 방이 울리도록
키워놓으시고
바짝 다가가 지나간
사극 재방을 보고 계셨다.
작은 앉은뱅이 책상엔 깨알같이
작은 사전을 펼쳐놓으셨다.
낡은 장롱옆에 그 간 쓰신
원고가 수북하다.
저러셔서 치매는 피해가시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버지 지금 모습이 엉망이다.
딸 들이 사 보낸 새 옷들이
걸려 있는데도 얼마나
오랫동안 옷을 갈아입지
않으셨는 지 모습이 말이 아니다.
어머니가 계셨으면
저렇진 않았을 텐데
그냥 마음이 심란하다.
식사하러 가시자고 해도
거동하시기 힘드시단다.
같이 식사도 못하고 돌아왔다.
세월앞에 어쩔수 없는 것인가
마음이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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