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은 날
후배가 보내온 책을 읽다가 문뜩 본문
부처님은 산다는 것 일체가 다 괴로운 것이라고 한다.
一切皆苦라고한다.
괴로워서 괴롭고
행복이 즐거움이 무너지니 괴롭고
무상한 삶이 괴롭고
사람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으니 이 또한 괴로움이라고한다.
다 괴로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
갖고자 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고통
미움과 한이 쌓이는 고통
몸과 마음으로부터 생겨나는 고통까지
그야말로 삶이란 고통의 덩어리다.
푸시킨은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라고 하며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만다고 한다.
부처나 푸시킨이나 현재가 우울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일단 산다는 자체는 괴롭고 우울한 것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부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깨달음으로
악업을 짓지 않고 선업을 쌓아
解脫,涅槃,到彼岸 바라밀(피안에 도착)에서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라 하고
푸시킨은 현재의 우울한 날도
먼 훗날엔 그리워지나니 참고 견디라고 한다.
하여튼 산다는 것은 괴로움인 모양이다.
절에 가면 대웅전의 벽을 둘러 그려진 심우도(尋牛圖,牛:인간의 본성)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나는 누구인가 참 나를 찾아 나섰으나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곳을 헤매다 겨우 이것일까 흔적하나를 발견하고
저만치 보이는 나와 같은 어떤 것을 찾았는데 “내가 아닌 나“인 상태라
온전한 나를 보려 노력하여 겨우 나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는데
찾은 나는 없고 원래의 나만 있다. 이리저리 찾아 해매다 보니
이제는 원래의 나마저 없어져 버렸다.
空으로 돌아가 버린것이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한 가닥 답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러니 괴로움도 기쁨도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푸시킨의 말처럼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충실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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