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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권의 책

입센의 유령

運善최명길 2020. 5. 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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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알빙부인의 집안에서 레지나에게 찾아온 엥스트란드가
선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테니 딸인 니가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딸의 도리를 강요하고
레지나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시작된다.
알빙부인은 프랑스로 유학갔던 아들 오스왈드가
집에 돌아오고 남편의 유산으로 고아원을 지어 개원하게 되고
모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이다.
레지나는 자고있는 오스왈드를 방해할까봐
조심조심 주방으로 가고 알빙부인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고아원에 관한 모든 관리및 처리를 해줄 만델스 목사다.
그런데 만델스 목사가 집안으로 들어와
책상위의 책을 보고 인상을 찌뿌린다.
이런 책을 보십니까 책 내용이 못마땅한 것이다.
(어쩌면 여성해방이나 신 자유에 대한 책이었을 것같다)
여기서 알빙부인과 목사의 불편한 대화가 시작된다.

알빙부인은 남편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방탕한 생활에
심지어 가정부를 겁탈하는 짓을 보고 견딜 수 없어
가출을 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만델스 목사를
찾아간 일이 있었는데 말델스 목사가 아내로서 그러면
안되는 일이었다고 타일러 돌려보낸일을 상기시키면서
알빙부인의 잘못을 지적한다.
하지만 알빙부인은 목사가 알지 못하는 가정사에 대해
말한다.
아들인 오스왈드가 더럽고 추악한 남편의 모습들을 보지
못하도록 초등학교입학할 어린나이에 멀리 유학을 보내야만했고
지금 고아원을 짓는 것은 남편의 재산 명성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자신으로 부터 지워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남편이 가정부를 겁탈했고 아이를 가진 채 집에서 나간
가정부를 엥스트란드가 거두어 오스왈드의 이복동생 레지나를
낳아 기르게 된 일까지모두 말한다.
이 이야기를 레지나가 듣게 되고
오스왈드는 부엌에서 이복동생인 레지나를 건드리고 레지나는
비명을 지른다. 알빙부인은 추악하고 방탕한 더러운 남편의
유령이 아들에게서 나타나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여긴다.
그 와중에 오스왈드는 레자나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목사와 엥스트란드는 레지나를 데리고 나간다.
오스왈드를 좋아했던 레지나지만 자신이 배다른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양아버지를 따라 나가버린다. 
엥스트란드가 돌아와 고아원이 불타고있다고한다.
알빙 부인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우고 싶던 남편의 그림자가
깨끗이 지워져 버렸다는 생각에 오히려 시원하다.
레지나가 떠나고 오스왈드는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다.
오스왈드는 자신도 아버지로부터 성병을 물려받아 발작을 일으켰고
그러다 죽게 될 것이라고 자살하기 위해 아편을 모아 두었다고
알빙부인에게 아편을 준다.
레지나에게 아편을 주고 자신이 죽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할 셈이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으니 어머니가 그렇게 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스왈드는 그가 품었던 얘기를 꺼낸다.
이곳 사람들은 일이라는 것을 저주받은 노동이고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속죄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어요.
그러니까 살아간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며
가장 좋은 건 삶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일이라고들 생각하고 있지요.

알빙 부인이 눈물의 골짜기라고들 말하지라고 말을 보탠다.

오스왈드가 이어서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런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실제로 한명도 없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라고요.

어머니는 제 그림이 왜 모두 이 삶의 기쁨을 테마로
삼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언제나 그리고 예외없이 이 삶의 기쁨을 말이에요.
광선, 햇빛, 상쾌한 공기….. 그리고 유쾌하고 행복한 얼굴들!

그래서 저는 어머니와 이 집에 있는 것이 무서운 겁니다.

어머니의 독단적인 생각때문에  어린 아들을 돌보지 못했고
부인 또한 멀리 보낸 아들을 그리워 하며 살았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아들은 병들어 어머니의 품에서 햇빛을 태양을
외치며 어머니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애원하고
태양을 외치며 어머니에게 빨리 죽여주기를바라는데
어머니는 결정을 못하고 그대로 소설이 끝난다.

서로를 사랑하고 외면하고 멸시하는 것까지
모두가 살아 있음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지금껏 누군가에게 의무를 강요한 적이 있는가
강요받은 적이 있는가
아님 스스로에게 의무를 지워본적이 있는가
생각이 많게 만드는 소설이고
나로 인해 쓸대없는 의무를 강요받으며 지냈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고 반성한다.
유령처럼 어둡고 은밀하고 알 수도 없이 내 삶에 자리를 틀고 앉아 있을
인습이나 관념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입센의 어쩌면 극 사실주의적인 모습을 본 것같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삶을 방관하고 비틀거리기다 가버린 알빙과
어려서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채 멀리 타국에서 외로움에 치를 떨며 살다가
아버지의 성병과 추악한 삶까지 물려받은 심지어 아버지가 가정부를 겁탈해 낳은
이복동생을 사랑하게 되는 가혹한 삶에 놓여버린 아들 방탕한 남편의 삶을
감추고 자신의 우아한 삶을 포장하며 살아야 했던 알빙부인 그들에게 뭐가 남았을까
직접적인 피해자인 아르빙 부인만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과 자식 역시도 강요된 의무로

삶이 일그러져버린 피해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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