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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소래산의 여름 오후 본문
-2025.07.02.수요일 해 거름의 긴 그림자를 달고
-코스: 대야견인차량보관소길끝 철탑아래주차장-마애블-청룡약수터-내원사갈림길-소암천교-
산불감시탑-정상-철탑쪽으로 하산-원점회귀. (약6.7킬로미터) 2시간소요.
퇴근하고 가까운 소래산으로 갔다.
여름날 해는 길다. 해 기우는 시간 때는
그림자도 덩달아 길다.
소래산 철탑아래 주차하고
우거진 숲으로 들어섰다.
더위의 기세만큼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느낌이다.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버겁다.
그런데 걷고 있고 꽤나 걸었다.
낙조를 보려면 시간이 일러
둘레 길을 길게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한 바람 시원하게 불어갔다.
소나무에 걸쳐 잠시 흔들리다 사라지고 여운만 피부에 남았다.
신선의 느낌이 이런 것인가
주역 문언전에 유유상종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
조금 멀리 가는 비유긴 하지만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니
적어본다.
자연의 德을 대표하는 내용 중에 風從虎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
범이 쏜살같이 움직일 때 바람이 이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水流濕(수류습): 물은 축축한 곳으로 흐른다
물은 본래 습기에 모이는 성질이 있으며, 같은 음(陰)의 기운끼리 모이고
火就燥(화취조): 불은 건조한 곳을 택한다
불길은 마른 것을 따라 번지는 속성처럼, 같은 양(陽)의 속성끼리 응하고
雲從龍(운종룡): 구름은 용을 따른다
용이 하늘로 오를 때 구름이 뒤따르듯, 성인이나 지도자의 덕에 따라 백성이 모인다는 비유
風從虎(풍종호):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
범이 쏜살같이 움직일 때 바람이 뒤따르듯, 실력 있는 리더나 강력한 존재의 뒤를 자연이 따르는 현상《주역(易經)》 건괘(乾卦) 구오(九五) 효의 문언전에서 나오는 자연의 덕(德)에 대한 비유로 모든 것은 유유상종한다는 의미다.
바람얘기하다 삼천포로 빠졌다.
바람지나고 조금 더 걸어 인적이 드문 오솔길 하나를 찾아 정상으로 향했다.
우거진 나무사이로 겨우 몸 하나 통과할 수 있는 숲길이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얼마쯤 가니 소나무 한그루 바위틈에 멋지다. 그 자리에서 잠시 머물렀다.
샤르트르의 타인지옥의 의미가 새삼 확실해지는 비현실적 행복을 느껴본다.
정상까지도 쉬엄쉬엄 걸으면서 주변 산하의 경치를 최대한 감상했다.
산 위에 오르면 사방이 열리는 맛이 좋다.
그 맛에 힘없는 발걸음이었지만 정상까지 오니 참 좋다.
자연이, 사물이 생각에 걸릴 때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걷는 맛이
좋아 산에 오른다.
오늘도 그 맛에 최대한 충실하며 산 맛을 보고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