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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김정산의 "삼한지"(10권) 본문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통일 시대를 다룬 《삼한지》는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 중 하나인 580년대,
그러니까 부족국가 시대를 마감하고 중앙집권 체제로 들어선
삼국이 서로 대립과 경쟁 속에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시기를
시작으로 하여 신라가 나당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약 100년간의 역사를 박진감 있게 재구성한 소설이다.
중국 대륙을 위협하며 요동 지역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군림했던 고구려의 호방하고 활달한 기상을 잘 살려냈고,
백제와 고구려의 잦은 침범과 내란 등으로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놓여 있던 신라가 삼한 통일의 숙원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또한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가 미미했던
백제의 영광을 훌륭하게 되살려냄으로써 동아시아의 군사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던 백제의 성쇠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소설속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그들의 전략과 용병술로 이끄는 전쟁터에 내가 서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재미나게 읽었다.
골품제에 묶여 신분의 한계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유신과 천관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있고, 신라를 한껏 조롱하고 노래(서동요)를 지어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는 서동 백제를 누구보다 강국으로 만들었던
무왕이야기, 신라의 유언비어로 삼천궁녀의 슬픈 사연을 갖고
망국의 왕이되어 당나로 끌려가 병으로 죽은 의자왕이야기,
김유신의 동생 문희가 보희에게 꿈을 사서 김춘추와 결혼한
이야기, 을지문덕의 살수대첩과 남진북화를 주장한 귀족과
고건무를 없애고 고구려의 실권을 거머쥐는 연개소문이야기
고구려가 멸망하고 난뒤 대중상이 이끄는 다물군(회복), 유민들
과 그의 아들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하는데 반대하고 고구려
장수 검모잠이 꺼져가는 고구려를 살리려 왕자 안승을 왕으로
추대하고 당과 싸우다 왕과 유민들을 대리고 신라의 신하가
되어 후사를 도모하는일, 가족을 죽이고 황산벌에서 결사
항전을 벌인 계백의 이야기, 당으로 끌려갔던 부여왕자 융이
웅진도독으로 내려와 백제의 부흥을 꿈꾸다 흑치상지라는
장수를 만나 신라와 결전을 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당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고 흑치상치는 당의 장군이 되어 승승
장구한일등 세세한 많은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 숨어서
재미를 한껏 실어준다. 한마디로 삼국시대 종합선물셋트
라고 할 수 있다. 역사소설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한방에 날려 버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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