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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반쯤 눈을 감고 세상을 보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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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까지 내가 살던 마을은
호롱불을 켰다.
하얀 사기 호롱에 심지를 끼워
석유를 넣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면 노란 불꽃위로 옅은
검은연기를 피우며 방안 가득
빛이 차곤했었다.
밤새 호롱불을 켜고 공부하고
나면 코가 새까맣게 그을렸다.
칠흙같이 어둡던 70년대의
시골은 호롱불을 밝힌 집안을
벗어나 골목길이라도 나서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76년 전기가 들어오고
골목에 가로등이 생겼다.
밤낮 없이 밝은 세상이 되었다.
시골은 한순간에 변했다.
호롱불 밑에서 어머님이
읽어주던 동화책의 재미도
어둡기전까지만 놀다
해어지던 놀이까지도 .....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 보면
전기가 가져간 추억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호롱불의 흐리지만 은근한 불빛
그 아래서 서로를 바라볼때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했던가.
사랑을 전기불처럼
모든걸 다 들추어내
밝게 바라본다면
쉽게 실증이 날 것이다.
호롱불처럼 은근하게
상대를 돋보이게 할때
날로 새로울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대하는 모든 것들을
한사코 밝게 들추어 보려고만 하지말자
반쯤 눈을 감고 바라봐야 할때는 그렇게 하자
분명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출장가던길에
문뜩 떠오른
생각하나 잡아다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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