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은 날

사랑. 본문

삶의 흔적

사랑.

運善최명길 2007. 3. 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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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가 고향 풍기군수로 내려가

마음을 편히 하고자 했으나

죽령하나만 넘으면 고향이려니

마음 달래며 단양군수로 재임하던시절

아내와 자식을 잃고 가슴앓이가 심했던

48세 퇴계에게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었던

여인은 설중매 같던 18세 관기 두향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퇴계가 풍기군수로

가게되면서 9개월이란 짧은 만남으로

불같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끝을 맺게된다.

퇴계는 이별의 정표로 두향의 흰 속치마에

두보의 시 한수를 적어준다.

死別已呑聲-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生別常惻惻- 살아 이별은 슬프기 한이 없더라

이후 두향은 신임사또에게 청하여 관기에서 면천을

받아 상민이 되었다. 두향은 퇴계와 추억이 서린

강선대 (퇴계와 두향이 함께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타고 신선처럼 놀던 사랑바위)에

초막을 짓고 종신수절을 하며 퇴계가 좋아하는

백매분을 마치  퇴계를 모시듯 정성껏 기른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어느날 꿈자리가

퇴계의 죽음을 예견하듯 뒤숭숭해  퇴계 재임시절 

 이방이던이 에게 부탁하여

백매분과 흰 속치마를 정표로 보낸다.

퇴계는 백매분을 보며 마치 두향을

만난듯 기뻐하며 두향의 정표와 서신을

읽고 20년전 전별시를 적어준 흰속치마에  

화답의 시를 힘차게 써 내려간다.

논어" 樂然後笑"란 문장에서 인용한 것으로

相看一笑天應許-서로보고 한번 웃은것은 하늘이 허락한 것이요

有待不來春欲去-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봄날은 다 가려고 하는구나.

였으니  오언과 칠언이지만 그뜻의 연결이 오묘하여

하나의 시가되어 후일 사람들은 퇴계의 상사곡이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젊은 날의 이별은 아프기 그지 없더니

이제 머지 않아 다북쑥 우거진 땅으로

돌아가겠구나"라는 한편의 슬픈시로 연결된다.

이방을 빌은  20년만의  회포가 끝이나고

그로부터 2년뒤 퇴계는 세상을 떠난다.

두향은  퇴계의 죽음을 알고 강선대 절벽에서

강으로 몸을던져 자결하여 퇴계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

두향이  보낸 백매분(흰꽃핀 매화 분재)에 대한 퇴계의 답례는

맑은 샘에서 퇴계가 직접 담아준 정화수 한통 이었다.

두향은  사랑을위해 사랑이 준 선물을 매일 기도하며 한그릇 한그릇 정성으로

사랑의 건강을 기원하다  사랑이 지던날   사랑과 함께 다북쑥 흙무덤으로 돌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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