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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육백산 본문
- 산 행 지 : 강원도 삼척 육백산(1244고지)
- 산행거리: 약14킬로미터(느낌상으로는 아주 멀다는 ㅎㅎ 생각이 듭니다.)
- 산행시간: 4시간20분정도( 후미 약6시간)
고요했을 오지중의 오지 육백산 이끼폭포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소란이 시작되었답니다.
지난한 세월속에 묻힌 화전민의 삶이 폐가와 개망초에 묻혀버렸고
육백마지기의 조를 심을 만하다며 이 산에서 화전민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애환도 소란속에서 살아났다.
힘든 삶을 애써 외면했을 화전민으로서의 삶
평지는 찾아 볼 수도 없고 인적도 드문 산 육백산
벼도 아니고 조를 심을 만하다고 했을까
강원도 오지에서는 쌀 서말도 먹지 못하고 처녀가 되서 시집갈 나이가 된다는
옛 어른들 얘기가 생각났다.
육백산은 그런 산 같다.
산행은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에서 10시50분경에 시작했다.
정상11시30분에 도착 인증샷을 하고 이끼폭포를 향해 가다가
메두사처럼 가지를 여러곳으로 뻗은 떡갈나무아래서 점심식사를 했다.(12시10분)
산을 넘고 넘어 땀을 빼고 또 빼고 숲을 헤치고
이끼폭포 3시에 도착 물에 흠뻑 젖은 이끼와 숨어서 몰래 흐를 맑을 계곡물을 상상하며 즐겁게 이끼폭포로 갔는데
사실 실망이 컷다.
그렇게 이끼폭포를 뒤로하고 시멘트 도로로 약 4.5킬로미터를 내려가니
석재공장의 먼지와 갱도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이 내내 힘겹게 닦아냈던 세파의 찌든 먼지들이 폐속으로 다시 스멀스멀 들어오는 듯 하고
계곡엔 물도없어 젖은 땀을 씻을 수도없었다.
산행지를 향해 가던길에 멀리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눈에 띄어 담아봤다. 흔들린 촛점이 수채화 같아서 오리려 좋아 보인다.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에서
육백산으로 가는 길은 내내 울창한 숲이다. 가다가 지치면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잠깐 ㅎㅎ 쉬면 또 두어걸음 쉬어가고
고개들어 가지 끝까지 시선을 올려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하늘 끝까지 오를 것 같은 나무를 보면 알수없는 후련함이 있어 더욱 좋았다.
등산로마다 풀이 덮여 길을 잘 찾아야 했다. 길섶에는 산딸기와 드릅나무 고사리등 산나물이 지천으로 깔렸다.
낙엽송이 걷는내내 걸음 따라 쭉쭉뻗은 시원함으로 함께 걸었다.
고개들면 병풍을 두른 듯
조금 걷다보면 하늘이 열렸다 다시 닫히고
임도를 걸어도 풀을 헤치며 길을 찾아야 하는 까딱하다간 길을 잃게되는 아직 등산로가
자리잡지 않은 산이다.
풀을 헤치며 임도를 걷다가 딱하나 반가운 이정표 육백산 0.3킬로미터 단단히 맘 먹고 걷는데 몇발짝 안가서 정상이 나온다. 정상석인증샷 하고
이끼폭포로 향해가는 길- 트래킹하기에 좋을 것 같은 산길이 이어진다. 너무 좋아서 정말 천천히 걷고 싶은데 갈길이 바빠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
낙엽송이 빽빽해서 마치 안개가 서린듯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길 걷는 내내 길게 이어졌다.
여성회원들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나무를 받쳐 주더니 올라가서 사진 찍고 난 다음에 나무를 치우자는 농담들을 해서^^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 위로 올린 뒤 사다리를 치워라]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서 혼자 웃음이 났다. 삼십육계라는 병서와 사서삼경의 맹자에서 순임금의 형과 아버지가 순임금의 재물을 뺏으려고 다락에 올라가게하고 사다리를 치운 다음에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지르지만 순임금이 다 용서하고 형으로서 아버지로서 끝끝내 대우 한다는 얘기중에 나오는 고사다.
산길은 수풀을 헤치며 나가야 했다.
안내판 하나 없어서 타 산악회서 달아놓은 태크를 보고 길잡이를 했다.
1120봉이라고 어느 산악회에서 나무에 메달아 놓은 종이 한장도 반갑게 느껴져지는 육백산의 등산로는 이마저도 좋았다.
산을 정말 대 여섯번 넘고 넘으며 지칠만 할 때 길이 산아래로 뻗더니 주인은 간대 없고 개망초만 무성한 화전민의 흔적들이 나왔다.
가옥은 폐가가 되어 주인을 잃은지 오래고 무너지고 헤졌다. 고단했을 그들의 삶의 파편을 보는 듯했다.
멀리 홍송 군락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산행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화전을 벗어나니 산의 능선이 보이는데 산은 굽이굽이 능선을 휘돌아 가며 한 많은 사연들을 덕지덕지 이끼 계곡을 향해 흘려 보내는 듯 했다.
소란한 인기척이 이끼 계곡에 다 왔음을 짐작케 한다. 이끼계곡은 영화촬영때문에 아예 출입을 통제 했다고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최소한으로 보는 것으로 하고 이끼폭포로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이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끼의 두께 만큼이나 사연도 많았던 육백산 굽이 굽이 넘실대던 산길에 시름을 남겨두고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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