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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날
호(號)를 받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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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4.17 22:52
- ‘예기(禮記)’ 곡례(曲禮)는 “남자는 20세에 관례(冠禮)를 하고 자(字)를 지으며, 여자는 혼인을 약속하면 계례(?禮)를 하고 자를 짓는다”라고 쓰고 있다. 관례는 머리에 관(冠)을 쓰는 의식이고, 계례는 비녀를 꽂는 의식인데, ‘자(字)를 짓는 것은 그 이름을 공경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는 보통 부모나 존장자(尊長者)가 지어주었는데, 원래는 손아랫사람도 부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字)도 아랫사람이 부르기를 꺼리게 되면서 호(號)가 사용된다. 당초 호는 세상에 뜻을 잃은 은자(隱者)들이 이름을 감추기 위해서 지었다. ‘한서(漢書)’ 왕공량공포(王貢兩?鮑) 열전에는 동원공(東園公)·기리계(綺里季)·하황공(夏黃公)·녹리선생( 里先生) 4인은 한나라 부흥에 공이 있어서 한 고조(高祖)가 불렀으나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누구나 호를 갖게 되면서 아랫사람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기록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호를 사용한 인물은 원효(元曉·617~686)로서 ‘삼국사기’에는 “환속하여 자호(自號)를 소성거사(小性居士)라고 했다”고 전한다. 호는 사는 집이나, 마을, 또는 산이나 하천 등을 가지고 짓는 등 작호(作號)에는 제한이 없었다. 다수가 좋아하는 호도 있어서 ‘한국인명 자호(字號)사전’에 따르면 중경(重卿)은 10명, 자화(子和)는 11명, 달부(達夫)는 12명, 효백(孝伯)은 13명, 대이(大而)는 14명, 자고(子固)는 15명, 여명(汝明)은 16명, 호연(浩然)은 17명, 길보(吉甫)는 18명이 사용했고 가장 많은 명중(明仲)은 21명이었다.
임금도 호가 있었다. 정조는 홍재(弘齋)이니, 그의 문집이 ‘홍재전서’인 이유를 자연히 알게 된다. 태조 이성계는 재위 7년(1398) 동북면 도선무순찰사 정도전에게 군신관계를 뛰어넘는 친근감의 표시로 ‘송헌거사(松軒居士)’ 명의로 편지를 보냈다. 언제부터인지 유력 정치인들을 영문 이니셜이나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니셜은 무의미한 발음체계에 불과하고 성인 이름 부르기에는 민망하다. 아호(雅號)를 사용하면 서로 말을 조심할 것이니 그만큼 우리 정치의 품격도 높아질 것이다.
그제는 선배님들과 술자리를 했다.
그자리에서 느닷없이 니 호를 지어 왔다며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겠단다.
호가 그러니까 痴山(어리석을치,뫼산)호는 겸손해야 한다나
그래서 자신을 낮추어야하고 선배에게서 받아야 한단다.
선배님들이 심사숙고해서 지었다고 하시는데
사양 할 수도 없고 치산이라는 호를 얻고보니
앞으로 보다 겸손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치산 좋은 한자 다 물리치고 어리석은 산이라
치자의 뜻이 어리석다는 뜻도 있고 열중하다는 뜻도 있는데
선배님들의 뜻은 아마 어리석다는 쪽으로 지으신 모양이다.
평소에 너무 유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그렇게 정하신 건지
아님 그렇게 살아라고하신 건지는 모르지만
한자의 뜻으로 봐선 겸손하게 자신을 늘 낮추어 살라는 뜻으로
알고 삶을 보다 진지하고 겸손하게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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